3F (Family, Fitness, Freedom)/첫번째F: 엄마의 재잘거림

책을 좋아하게 된 계기

레이0820 2016. 8. 26. 20:47

동영상의 시대에 살면서 가만히 앉아서 책을 읽기란 생각보다 쉬운 일은 아니다. 1980년대 생인 레이씨의 꼬꼬마 시절에도 집에는 컬러TV, 386컴퓨터, 비디오게임기, 오디오 등이 있었기 때문에 처음부터 책 읽기에 흥미가 있었던 건 아니었다. 자연스럽게 화려한 시각적인 자극에 먼저 반응했고, 책 중에서도 흥미로운 만화책에 주로 손이 갔다. 다만 매체를 통해서 뭔가를 배워야 된다는 생각은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다큐멘터리나 영화는 참 많이 봤다. 10대에는 집 근처에 있던 비디오 대여점에서 매주 3편의 영화를 빌릴정도의 VIP였다. ^^ 

책이 흥미롭다고 느낀 첫 계기는 고등학생 때 어느 선생님의 영향이 결정적이었다. 그 분은 국어선생님이셨다. 고교시절 국어란 수능의 '언어영역' 시험이 다 인것처럼 느껴졌을 때, 그 분은 따로 '수험공부'를 하지 않고도 늘 '언어영역'을 100점 맞는 선생님이셨다. (전공과목 선생님이라고 해서 늘 100점 맞는 건 아니다.)

 

그 분의 '비법'이 난 궁금했고, "쌤, 어떻게 늘 100점을 맞으세요?" 라고 물었다.

들어보니 국어쌤은 신비한 능력을 가진 분이었다. 어떤 능력이고 하니, 책을 '사진 찍듯이 보는 속독 능력'과 '단어의 뜻을 거의 사전처럼 알고' 있었다. 언어영역 문제들이 너무 쉽단다. (흥!)

"쌤, 그런 능력을 가지려면 어떻게 해야 되나요?" 라고 고딩 레이씨가 이어서 물었다.

선생님은 대학시절 얘기를 해주셨다. 책을 너무 좋아해 대학시절 거의 도서관에 살았다고. 그리고 책을 읽으며 모르는 단어를 찾다보니 사전을 거의 다 외우게 됐다고. (와우!)

 

이 대화를 계기로 난 엄마에게 달려가 카시오 전자사전을 사달라고 했다. 물론 국어사전을 포함한 전자사전으로. 그리곤 고등학교 도서관에 있는 책들 중 내가 고른 흥미있는 주제의 책들과 선생님이 추천해주신 장편소설들을 읽기 시작했다. 그냥 마구 읽던 시기였다. 장편소설은 한 권의 책이 아닌 시리즈물이었기 때문에 부담스러울 줄 알았지만 읽다보니 드라마 보는 것 마냥 다음편이 기다려지는 재미가 있었다. 그 때 보았던 장편소설 들이 최인호 작가의 <상도>, 조정래 작가의 <태백산맥>, <아리랑>, <한강>, 베르나르 베르베르 작가의 <개미>, <뇌> 등이었다.

책을 좋아하게 되니 자연스럽게 시험도 부담스럽지 않게 되었다. 어느 때는 '언어영역' 시험 점수가 100점이 나오기도 했다 (일시적이었지만 ^^). 가장 중요한 것은 그 이후 내가 책 읽기를 좋아하게 되었다는 것이고, 평생을 두고 무언가를 계속 배워야 하는 지식사회에서 주변생활에서 얻지 못하는 지혜는 책 속에서 얻고 있다는 사실이다.

 

2016.8.26.

레이씨

 

p.s. 나의 책장 한 칸